
[인천광역신문] 최예준 기자 | 봄마다 사람들은 꽃을 찾아 산을 오른다. 땀을 흘리고, 무릎이 시큰거리는 것을 감수하면서도 기어이 정상에 닿으려 한다. 그 수고로움 끝에 얻는 한 폭의 풍경이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오르지 않아도 그 풍경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어떨까.
경남 사천, 삼천포 앞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사천바다케이블카는 그 질문에 가장 우아한 답을 내놓는 곳이다.
땅을 떠나는 순간, 봄이 입체가 된다
2018년 4월 개통한 사천바다케이블카는 총 길이 2.43km의 국내 최초 바다·섬·산 복합 노선이다. 대방정류장을 출발해 쪽빛 바다를 건너고, 초양정류장을 거쳐 해발 408m 각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이 노선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다. 케이블카 자체가 풍경이 되고, 탑승객은 그 풍경의 일부가 된다.
캐빈이 천천히 지상을 떠나는 순간, 지상에서 조각처럼 흩어져 보이던 장면들이 하나의 거대한 캔버스로 이어진다. 봄빛을 머금은 바다는 햇살을 받아 윤슬로 반짝이고, 창선·삼천포대교의 웅장한 실루엣이 눈높이 가까이 다가온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대상에 빛나는 이 다리를 이처럼 가까이, 그리고 이처럼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점은 오직 사천바다케이블카에서만 허락된다.
오르지 않아도 닿는 봄의 절정
케이블카의 고도가 높아질수록 풍경의 채도는 짙어진다. 산 구간에 접어들면 연둣빛 숲 사이로 연분홍 진달래 군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능선을 따라 수채화 물감을 흩뿌린 듯 피어난 진달래는 군락이 될 때 비로소 '봄의 장관'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절경을 완성한다.
각산정류장에 내려 데크계단을 올라 각산전망대에 서면, 마지막 계단에 발을 내딛는 순간 탁 트인 삼천포 앞바다가 눈앞에 쏟아진다.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중심인 이 바다에는 크고 작은 섬들이 올망졸망 떠 있고, 고기잡이 통통배는 또 하나의 그림처럼 점점이 박혀 있다. 저 멀리 희미하게 걸리는 남해 금산의 능선까지 더해지면, 이 풍경을 '황홀하다'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 사천에서만 가능한 '봄의 레이어'
사천의 봄이 유독 특별한 이유는 색채의 겹침에 있다. 케이블카 아래로 흐르는 짙은 쪽빛 바다, 초양도 너머로 깔리는 노란 유채꽃, 그리고 각산 정상을 수놓은 연분홍 진달래. 이동할 때마다 새로운 색이 펼쳐지는 이 풍경은 사천이 아니면 볼 수 없는 봄만의 레이어다.
미세먼지 없이 하늘이 맑게 열리는 날이면 이 색들은 더욱 선명해진다. 바다 윤슬은 투명하게 빛나고, 꽃잎의 색은 한층 선명해지며, 저 멀리 점점이 흩어진 섬들까지 또렷하게 떠오른다. 이런 날, 케이블카 안에 앉아 있는 여행자는 풍경을 바라보는 관람객이 아니라 그 풍경 안에 들어간 하나의 장면이 된다.
"케이블카를 탄 것이 아니라, 봄을 타고 왔다"
사천바다케이블카를 다녀온 사람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다. 몇 분의 짧은 이동이지만, 그 안에 봄의 모든 요소 ‘하늘, 바다, 꽃’이 압축되어 있다. 목적지보다 과정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여행, 이것이 사천바다케이블카가 해마다 봄이면 더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불러모으는 이유다.
이 세 가지가 한자리에 모이는 순간은 일 년 중 지금뿐이다. 진달래가 능선을 물들이고, 유채꽃이 바다 위에 노랗게 피어 있으며, 햇살이 윤슬을 만드는 이 계절. 사천의 하늘길은 올봄 가장 완벽한 풍경으로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출처 : 경상남도사천시]









